민사고의 서예 수업_2학년 정OO
2026-07-10
민사고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수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서예 수업입니다. 처음 시간표에서 서예 수업을 발견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붓을 들고 글씨를 쓰는 수업이겠거니'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업을 받아 보니,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그 곳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희 학교 서예 수업은 국가 무형 문화재이신 칠제 강영구 선생님께서 직접 지도해 주십니다. 무형 문화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대단한 분이구나, 하는 정도로만 느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붓을 드시는 순간, 그 무게감이 무엇인지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한 번 쓱 그으시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종이 위에는 살아 있는 듯한 난 한 폭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힘 하나 들이지 않으신 것처럼 보였는데, 그 선 하나하나에는 수십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업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난을 치기도 하고, 매화를 그리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난의 잎사귀 하나를 제대로 긋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붓끝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종이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답답하기보다는 오히려 묘하게 빠져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을 긋는 그 짧은 순간만큼은, 복잡하게 돌아가는 학교 생활의 걱정들이 잠시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활동은 접시나 부채 같은 소품 위에 창작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었습니다. 단순히 정해진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도를 생각하고 무엇을 담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평평한 종이가 아닌 접시나 부채 위에 붓을 올리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고, 완성된 작품을 손에 들었을 때의 뿌듯함은 꽤 오래 남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림에는 마음을 담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좋은 말씀이라고 흘려 들었는데, 수업을 거듭할수록 그 말의 의미가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붓을 쥐는 힘에도, 선을 긋는 속도에도, 어디서 멈추는가에도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의 그림 실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항상 따뜻하게 격려하고 칭찬해 주십니다. 잘 그린 그림보다 마음을 담은 그림을 더 귀하게 여기시는 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덕분에 서예를 처음 접하는 학생도, 붓을 한 번도 잡아 본 적 없는 학생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 낼 수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의 작품을 모두 함께 공유해 주십니다. 같은 난을 그렸어도 사람마다 선의 굵기가 다르고, 여백을 두는 방식이 다르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친구의 작품을 보면서 저 사람은 이런 마음으로 그렸구나라고 상상해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은 수업의 마무리이자,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이 되어 주었습니다.
민사고의 서예 수업은 단순히 붓글씨를 배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추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그리고 오랜 세월이 담긴 전통 예술을 직접 몸으로 느껴 보는 시간입니다. 이런 수업이 있다는 것이, 이 학교에 다니는 작은 행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