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일기

민사고의 파인아트 작품들_2학년 정OO

2026-07-10
작성자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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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에는 서예 수업 말고도 또 하나의 특별한 미술 수업이 있습니다. 바로 파인아트 수업입니다. 처음 이 수업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만드는 수업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파인아트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곳에 존재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캔버스 위가 아니라, 학교 곳곳이 이 수업의 무대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파인아트 수업에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자 화장실 거울에 스스로를 칭찬하는 말을 적어 주는 긍정 프로젝트가 그 중 하나였습니다. 거울 앞에 서면 자신의 단점부터 찾게 되거나 스스로에 대해 큰 생각을 가지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그 거울 위에 누군가 먼저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적혀 있다면 어떨까요. 사소한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그 거울 앞에 선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은 달라졌을 것 같았습니다.

거울을 소재로 한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이번엔 밖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주제로 한 작품이었습니다. 거울이라는 단순한 사물이 어떤 맥락 속에 놓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또한 철사를 이용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가느다란 철사가 구부러지고 엮이면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냈고, 그 장면은 어떤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재료의 한계를 상상력으로 뛰어넘은 작품이어서 지나가다가 놀라서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 생각하게 만든 작품은 따로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마다 누군가 나를 다른 장소로 옮겨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작품이었는데, 찰흙으로 만든 작은 사람 하나가 시간표에 따라 매 수업마다 다른 장소로 실제로 옮겨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 누구나 한 번쯤 품어 봤을 감정을 그대로 꺼내 놓은 것 같았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옮겨주는 참여 예술인 점이 인상적이었고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가, 곧 묘하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파인아트 수업이 좋은 이유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서가 아닙니다. 학생들 각자가 품고 있는 독창적인 시선을 작품이라는 형태로 꺼내 놓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학교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민사고의 예술은 전시장 안에 있지 않습니다. 복도에, 화장실에, 천장에, 그리고 시간표 위에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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